권력은 자리에서: 진보의 딜레마

실리콘밸리 성공의 중요한 배경으로 ‘워싱턴DC’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렇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한다. 미국은 문화상 정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밌는 것은 워싱턴DC 주변에는 정부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여하간 IT분야도 관급공사를 하는 회사들이 많고, 글로벌시장에서 ‘혁신’으로 경쟁하는 것과는 다른 ‘자기만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김영삼 전대통령이 ‘인사가 만사’라는 했는데 (사실 이 글을 지난주에 쓰기 시작했는데, 이번주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수 많은 어록을 남기실만큼 참 독특한 분이셨던 듯 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권력이라는 것이 참으로 인사권에서 나온다. 회사에서 상사가 무서운 것도 인사권이고, 정치권에서 공천을 받으려고 다투는 것도 인사권이고, 대통령 말씀을 묵묵히 잘 적는 것도 그분의 인사권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3만개라고 하니, 무소불위의 권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알만하다. 그 3만명이 자기 조직에서 임명하는 자리까지 생각하면 대통령의 영향력은 가히 전지전능하다.

경제를 구성하는 수 많은 기관이 아직도 정부의 인사권 안에 있다. 금융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그리고 많은 기관/기업들은 정부를 상대로 하는 사업으로 ‘자기만의 경쟁력’을 지키고 있는 상태인 듯 하다. 정부/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IT 서비스는 대부분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제품들이다. 정부/공공기관에서 직접 시행하는 사업은 많은 부분 경제성 평가가 정치적이다. 경쟁력 없는 제품을 사주면서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대부분 경쟁력이 안 올라간다. 정부이기 때문에 정치적 평가도 필요하다. 다만 정부의 일이 많으면, 수 많은 경제적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변질된다.

이런면에서 보면, 진보에서 반대하는 작은 정부, 공공기관 민영화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국가권력의 사유화를 줄이고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시장보수인 ‘작은 정부’가 오히려 진보적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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